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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July, 2025


[Reflection] "Do we walk in legends or on the green earth in the daylight?"

석굴암과 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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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Seokguram, 석굴암, 경주, South Korea, by D. Jaeger 며칠 전, 세 명의 이메일 친구들과 오랜만에 책과 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에는 거의 한반도와 관련된 지정학 이슈를 논의하는 사이지만, 이번엔 뜻밖에도 대화 주제가 책으로 흘렀다. 계기는 내가 인터넷에서 발견한 중국의 어느 도시의 아주 미래적인 디자인의 서점 사진이었다.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는 책을 읽는 즐거움, 한국과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매혹적인 서점들, 책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결국 미국에서 좋은 서점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나누었다. 그 대화를 계기로 다시금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기쁨 하나가 되살아났다. 책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책이 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다. 부끄럽게도 이번이 두 번째다. 더 부끄러운 건, 나는 이 작품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이다. 영화로도 워낙 유명해져서 좀 반지의 제왕의 팬이란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최근 이 작품만큼 나를 깊이 위로해준 책은 드물다. 다시 이 책을 집어든 건 작년 12월, 윤석열 정권의 불법 계엄 음모가 드러나고, 고통스럽고도 긴 여섯 달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나 역시 수많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핸드폰을 붙잡고 빛의 혁명의 소식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그때,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무언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나는 톨킨의 세계로 들어갔다. 사실, 톨킨 자신도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혼란 속에서 이 서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사람은 픽션 속으로 도망간다. 특히 끝없이 이어지는 서사 속에서 비극과 영웅, 성자와 악인이 펼치는 모험담은 끝나지 않는 세계처럼 위안이 된다. 정권이 바뀌고, 내가 지지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또다시 톨킨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어쩌면 아직 쿠데타의 후유증이 완...


미국인 정치학자들 이재명 대통령 실용외교에 힘을 실어 주다

South Koreans do not view China as an existential military th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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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발표를 취업 강연(job talk)처럼 준비하라.” 공개석상에서의 발표 태도에 관해 내가 들은 최고의 조언이었다. 이 말은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의 데이브 강(Dave Kang) 교수에게서 들은 것이다. 수년 전, 나는 USC 한국학연구소에서 개최한 젊은 한국학 학자 워크숍에 참석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당시 참가자 전원은 '라이징 스타 스칼라(Rising Star Scholars)'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선정된 사람들이었는데 (이름이 다소 어색하긴 하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후원을 받아 미국 내 한국학 분야의 신진 교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강 교수가 직접 기획·운영한 것이었다. 강 교수가 전한 핵심 조언은 매우 간단했지만 강력했다.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발표든 강연이든, 모든 구두 발표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탁월한 발표자이자 설득력 있는 화자이기 때문에, 본인의 조언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 역시 그의 조언을 더 충실히 따랐더라면 좋았겠지만—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강 교수는 발표뿐 아니라, 후학을 위한 멘토링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학 전공자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헌신은 실로 귀감이 될 만하다. 나의 견해로는, 미국에서 한국학 전공자로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려면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우리말이 생각난다.특히, 한국만을 고립된 연구 대상으로 삼기보다, 한국을 더 넓은 지정학적·국제정치적 분석 틀 안에 위치시키려는 연구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포위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은 가장 어려운 외교적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윤석열 정부의 재앙적인 호전적 외교가 한반도를 전쟁 직전까지 몰고 ...